K-팝의 길목에서 세계로 향하는 J-팝… 한국 무대가 발판이 되는 이유

최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아레나 앞은 수많은 20대 팬들로 북적였다. 일본의 슈퍼스타 요네즈 켄시(Kenshi Yonezu)의 첫 내한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은 이틀간 총 2만 2천 석의 좌석을 단숨에 매진시키며 J-팝의 한국 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요네즈 켄시는 2009년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해 2012년 정식 데뷔한 아티스트로, 작사, 작곡, 편곡, 믹싱은 물론 공연의 시각적 연출까지 직접 도맡는 다재다능한 음악가다. 그의 음악은 감성적인 록 기반의 팝 사운드로, 한국의 젊은 팬층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인천 공연은 그의 첫 한국 단독 콘서트로, “Lemon”, “Lady”, “Kick Back” 등 대표곡들을 환상적인 조명과 영상 연출과 함께 선보였다. 특히 “Lemon”은 유튜브 조회 수 9억 뷰를 돌파한 최초의 J-팝 뮤직비디오로, 이번 무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요네즈는 공연 내내 일본어로만 소통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한국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금은 걱정했지만, 오늘은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날 중 하나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요네즈의 이번 공연은, 최근 한국에서 20~30대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J-팝의 인기를 방증하는 사례다. 실제 공연 관객의 65%가 20대였으며, 30대가 18%, 10대는 10.1%를 차지했다.
요네즈 외에도, 지난해에는 일본의 유명 아티스트 아도(Ado), 요아소비(Yoasobi), 킹누(King Gnu),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 Hige Dandism), 후지이 카제(Fujii Kaze) 등이 한국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하며 J-팝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도 J-팝 아티스트들의 한국행은 이어진다. 4월에는 ‘일본의 아이유’로 불리는 아이묭(Aimyon)이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5월에는 싱어송라이터 유우리(Yuuri)가 무대에 오른다. 또한, 박효신의 ‘눈의 꽃’ 원곡으로 알려진 나카시마 미카(Mika Nakashima)도 데뷔 2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일본 아티스트들이 한국 무대를 찾는 배경에는 한국 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한국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삼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곧 세계 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K-팝의 중심지인 한국에서 J-팝이 점차 입지를 넓혀가며, 두 음악 시장 간의 교류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이제 한국은 단순한 해외 공연지가 아니라, 아시아 음악 시장을 넘나드는 글로벌 무대로서 일본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